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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공지사항에 멘토링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내가 왜 이 이야기를 지금 영화로 표현하면 안되는지”에 대한 답변이 필요하다고 해서 앞서 메일도 제가 아직 못 받았고 멘토링 선생님께서도 바쁘신 듯 하여 제가 먼저 제 의견을 정리해 글을 올립니다.
제가 이 영화를 지금 찍어야 하는 이유는 크게 여섯가지 입니다.
첫째, 영화의 배경이 하남시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가제는 본래 <하남보이즈>로 그만큼 공간적 배경으로 하남시라는 공간이 대두되는 영화였습니다. 감독이 가장 잘 아는 공간이기도 하며, 하남시는 현재 전형적인 비수도권의 과도기적 형태의 도시로써 하루가 다르게 20세기의 풍경들이 사라지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이 사라져만 가는 20세기의 허름한 거리에서 찍혀질 때만이 온전하게 그 의의를 가지며, 이 공간이 아닌 곳에서의 이 영화는 특별해질 수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지아장커가 서둘러서 <스틸 라이프>를 완성시켜야만 했던 까닭과도 같은 것입니다.
둘째, 최근 심각하게 붉어지고 있는 학교 폭력에 대한 이해입니다. 상업적으로 포장되는 것이 아닌 실제에 입각한 이야기는 학교 폭력을 바르게 진단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며, 주인공들이 이러한 학교 폭력을 성숙한 태도로써 극복해 나가는 모습들은 더욱 심해지고 있는 학교 폭력의 현재를 청소년의 입장에서 정작 부끄러운 것이 무엇이며 더욱 가치있는 행동은 무엇인가 고민하게 해줄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점이 시급한 이 사회적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처방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가시화 되는 경쟁 사회 속에 점차 외면 당하는 형이상학적인 가치들을 붙잡기 위함입니다. OECD 자살율 1위 국가인 대한민국. 저는 이 현상이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결국 객관적 지표의 낙오자를 양산하고 이들에게 사회적 위치를 초월하는 가치나 행복들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영화 역시 사회로부터 문제아라고 규정 지어진 청소년들이 출연하는 영화로, 그들을 둘러싼 환경이 그러했고 거기서 더욱 잔인하고 편하게 살 수 있었지만 희생과 배려를 선택했던 인물들의 이야기 입니다. 이것은 패배주의에 젖어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 내지 귀감이 될 것이며, 그들의 인생이 결국 초라하지 않다고 위로하는 영화가 될 것입니다.
넷째, 실제 주인공들이 표출해내는 실체에 다가선 연기. 실제 사건을 토대로 쓰인 시나리오는 이미 몇년 전 이야기지만 당사자가 연기할 때 그것의 진정성은 부인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나이의 배우들을 기용할 수도 있겠지만, 누구보다 익숙하고 비참했으며 떠돌아야만 했던 그 감정에 쉽게 도달하는 건 지금의 배우들보다 정확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몇차례의 리허설에서 우리는 이것을 확인했고, 이들의 신체적 나이가 하루라도 19살에 가까운 이 때 이 영화를 찍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섯째, 초저예산 장편을 웰메이드하게 실현 가능할 때라서 그렇습니다. 팀원들이 올해까지는 재학생이라 학교 EX-3 또는 5D와 같은 상업영화와 어깨를 견줄 만한 카메라와 장비를 무료로 빌려다 쓸 수 있고, 졸업을 앞둔 이 때 상업영화도 몇차례 하고 학교로 돌아 온 유능한 팀원들과 마지막으로 의기투합해 찍는 영화기 때문에 지금을 놓친다면 지금처럼 아무 조건없이 그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것은 힘들 것입니다.
여섯째, 감독 스스로의 트라우마의 정점. 나이가 듦에 따라 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흐릿해지고 그러한 가치가 의미 있었는지도 잊혀져만 갑니다. 좋아하는 이성이 생기더라도 전처럼 불타오르지 않고 속단하고 스스로 그 가능성을 닫습니다. 전처럼 뜨겁지 않은 것입니다. 아름다운 여자들이 단순한 육체적 아름다움을 넘어 여신과 같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것이 남긴 인상에 대해 아직까지는 지배되어 있지만 이것이 점점 제 판타지였음을, 사춘기의 단상이었음을 깨닫는 때 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확실히 모두가 느끼는 첫사랑의 날카로움이고, 이것이 저를 온전히 지배할 수 있을 때 이 기분에 흠뻑 도취되어 찍지 않는다면 치명적인 기념비를 완성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이러한 감정에 대해 내려다 보는 영화는 지금과는 또 다른 영화가 될 것입니다. 저는 장률의 영화를 보면서 그것을 느낍니다. 그것은 성숙되어 보일 수 있겠지만 지금과 같이 치명적인 현상으로 각인될 순 없는 듯 보입니다. 기억을 더듬어 치명적인 감상을 만드려고 했다가도 이것이 유치하다 생각해 관두고. 당시에 무엇보다 중요했던 진심이었음을 잊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